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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뉴스
농인의 날, 사전 속 농인은 아직도 ‘듣지 못하는 사람’인가
작성자
소민재
작성일
2026-06-04 09:09
조회
8
6월 3일은 농인의 날이다. 농인의 언어와 문화, 정체성의 가치를 되새기는 날에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 사회의 사전은 농인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가.
지난 2월 3일 한국수어의 날, 농인아카데미는 국립국어원에 표준국어대사전의 농인 및 한국수어 관련 표제어 뜻풀이를 수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대상은 ‘농인’, ‘청각장애인’, ‘수화언어’, ‘언어’, ‘언어장애인’ 등이었다. 문제는 이들 뜻풀이가 농인을 언어의 주체이자 문화적 집단의 구성원으로 보기보다, 청력 손실이나 기능 이상을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예컨대 사전은 농인을 주로 ‘듣지 못함’의 기준으로 설명하고, 수화언어를 손과 손가락의 움직임을 통한 의미 전달 방식으로 설명한다. ‘언어’의 뜻풀이 역시 음성과 문자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수어가 자연스럽게 배제되는 인상을 준다. 이는 단순한 표현상의 문제가 아니다. 사전의 뜻풀이는 한 사회가 어떤 사람과 언어를 어떻게 이해하는지를 보여 주는 공적 기준이기 때문이다.
사전에서 농인을 단지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으로 설명하면, 농인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언어와 문화가 지워진다. 농인은 단순히 청력이 손상된 사람이 아니다. 한국수어를 일상어로 사용하고, 농문화와 농정체성 속에서 살아가는 언어 공동체의 구성원이다. ‘청각장애인’이 주로 의학적·행정적 범주라면, ‘농인’은 언어와 문화, 정체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한국수어 역시 손짓이나 보조적 의사소통 수단으로만 설명되어서는 안 된다. 한국수어는 한국어 문장을 손으로 바꿔 놓은 것이 아니다. 한국어와 다른 문법 체계와 표현 방식을 가진 자연언어다. 손의 모양과 움직임뿐 아니라 비수지, 즉 얼굴 표정, 시선, 몸의 방향도 의미와 문법을 이룬다. 따라서 한국수어를 단순히 손과 손가락의 움직임으로 나열하는 뜻풀이는 언어로서의 위상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다.
더욱이 「한국수화언어법」은 한국수어가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농인의 고유한 언어임을 밝히고, 한국수어를 대한민국 농인의 공용어로 선언하고 있다. 법은 이미 농인과 한국수어를 복지나 시혜의 문제가 아니라 언어권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국가가 편찬하고 관리하는 표준국어대사전이 여전히 결핍 중심의 뜻풀이에 머물러 있다면, 이는 법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사전은 단순히 단어의 뜻을 모아 놓은 책이 아니다. 학생은 사전을 통해 개념을 배우고, 언론은 사전을 참고해 표현을 선택하며, 행정은 사전적 정의를 근거로 용어를 사용한다. 그러므로 사전의 뜻풀이는 사회적 인식을 만든다. 차별하려는 의도가 없더라도, 결핍 중심의 정의가 반복되면 농인을 ‘언어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 ‘듣지 못하는 사람’으로만 인식하게 만든다.
그러나 수정 요청을 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실질적인 답변도, 뜻풀이 수정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한국수어의 날에 제기한 문제가 농인의 날을 맞은 지금까지도 그대로 남아 있다. 이는 단순한 사전 표현의 문제가 아니다. 농인의 언어권, 농문화, 농정체성을 공공 지식 체계가 어떻게 대우하는가의 문제다.
국립국어원은 해당 표제어의 뜻풀이를 막연한 향후 검토 과제로 미루어서는 안 된다. 농인 당사자, 수어학자, 사전학자, 장애인권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수정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은 공공 사전이다. 공공 사전이라면 시대의 법적 기준과 인권 감수성, 그리고 당사자의 언어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
농인의 날을 기념하는 일은 축하의 말에 그쳐서는 안 된다. 농인을 설명하는 말부터 바꾸어야 한다. 사전 속 농인이 ‘듣지 못하는 사람’에 머무는 한, 우리 사회의 인식도 그 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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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3일 한국수어의 날, 농인아카데미는 국립국어원에 표준국어대사전의 농인 및 한국수어 관련 표제어 뜻풀이를 수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대상은 ‘농인’, ‘청각장애인’, ‘수화언어’, ‘언어’, ‘언어장애인’ 등이었다. 문제는 이들 뜻풀이가 농인을 언어의 주체이자 문화적 집단의 구성원으로 보기보다, 청력 손실이나 기능 이상을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예컨대 사전은 농인을 주로 ‘듣지 못함’의 기준으로 설명하고, 수화언어를 손과 손가락의 움직임을 통한 의미 전달 방식으로 설명한다. ‘언어’의 뜻풀이 역시 음성과 문자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수어가 자연스럽게 배제되는 인상을 준다. 이는 단순한 표현상의 문제가 아니다. 사전의 뜻풀이는 한 사회가 어떤 사람과 언어를 어떻게 이해하는지를 보여 주는 공적 기준이기 때문이다.
사전에서 농인을 단지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으로 설명하면, 농인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언어와 문화가 지워진다. 농인은 단순히 청력이 손상된 사람이 아니다. 한국수어를 일상어로 사용하고, 농문화와 농정체성 속에서 살아가는 언어 공동체의 구성원이다. ‘청각장애인’이 주로 의학적·행정적 범주라면, ‘농인’은 언어와 문화, 정체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한국수어 역시 손짓이나 보조적 의사소통 수단으로만 설명되어서는 안 된다. 한국수어는 한국어 문장을 손으로 바꿔 놓은 것이 아니다. 한국어와 다른 문법 체계와 표현 방식을 가진 자연언어다. 손의 모양과 움직임뿐 아니라 비수지, 즉 얼굴 표정, 시선, 몸의 방향도 의미와 문법을 이룬다. 따라서 한국수어를 단순히 손과 손가락의 움직임으로 나열하는 뜻풀이는 언어로서의 위상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다.
더욱이 「한국수화언어법」은 한국수어가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농인의 고유한 언어임을 밝히고, 한국수어를 대한민국 농인의 공용어로 선언하고 있다. 법은 이미 농인과 한국수어를 복지나 시혜의 문제가 아니라 언어권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국가가 편찬하고 관리하는 표준국어대사전이 여전히 결핍 중심의 뜻풀이에 머물러 있다면, 이는 법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사전은 단순히 단어의 뜻을 모아 놓은 책이 아니다. 학생은 사전을 통해 개념을 배우고, 언론은 사전을 참고해 표현을 선택하며, 행정은 사전적 정의를 근거로 용어를 사용한다. 그러므로 사전의 뜻풀이는 사회적 인식을 만든다. 차별하려는 의도가 없더라도, 결핍 중심의 정의가 반복되면 농인을 ‘언어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 ‘듣지 못하는 사람’으로만 인식하게 만든다.
그러나 수정 요청을 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실질적인 답변도, 뜻풀이 수정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한국수어의 날에 제기한 문제가 농인의 날을 맞은 지금까지도 그대로 남아 있다. 이는 단순한 사전 표현의 문제가 아니다. 농인의 언어권, 농문화, 농정체성을 공공 지식 체계가 어떻게 대우하는가의 문제다.
국립국어원은 해당 표제어의 뜻풀이를 막연한 향후 검토 과제로 미루어서는 안 된다. 농인 당사자, 수어학자, 사전학자, 장애인권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수정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은 공공 사전이다. 공공 사전이라면 시대의 법적 기준과 인권 감수성, 그리고 당사자의 언어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
농인의 날을 기념하는 일은 축하의 말에 그쳐서는 안 된다. 농인을 설명하는 말부터 바꾸어야 한다. 사전 속 농인이 ‘듣지 못하는 사람’에 머무는 한, 우리 사회의 인식도 그 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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