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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패’와 ‘불량장애인’의 희망토크

일반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5-06-28 14:10
조회
1486
장향숙 의원과 코미디언 박대운 첫대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진솔한 대화 나눠

"불편함을 불평하지 않고 살아온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장애인이 그렇게 살고 있다는 것을 이 사회가 알았으면 좋겠다.”

‘최초’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두 장애인이 만났다. 장애인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국회의원이 된 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과 장애인 최초 코미디언 박대운 씨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지난 24일 KBS 희극인실에서 유쾌하고도 진지한 대화를 가진 이들의 모습은 26일 열린우리당 홈페이지를 통해 동영상으로 공개됐다. 휠체어로 유럽을 횡단하고 현재 KBS 2TV ‘폭소클럽’에서 ‘바퀴달린 사나이’ 코너에 고정출연하고 있는 박씨를 평소 장의원이 만나고 싶어했다는 후문이다.


이날 좌담회는 전자정담위원회 민병두 위원장의 주선으로 이뤄졌다. 먼저 장 의원은 박 씨를 만나자마자 “얼마 전 결혼한 것을 축하한다”며, “나는 아직 시집을 못 갔는데, 장향숙 같은 사람도 제때에 시집가는 사회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박 씨는 자신의 TV출연과 관련 “장애인으로서 개그 무대에 서는 것은 쉽지 않다”며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아직도 어두운 면이 많다. 장애인도 밝고, 다른 사람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나와 같은 장애인이 우울한 존재가 아니라 다만 다른 모습으로 옆에 살고 있을 뿐이라고 비춰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박씨는 “장애라는 소재가 무거울 수 있기 때문에 적장한 수위조절이 관건인 것 같다”면서 “너무 가벼우면 장애인을 비하할 수 있고, 무거우면 다큐멘터리가 돼 버린다”고 웃으면서 무대에서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이에 장 의원은 “박대운씨의 TV출연은 사회가 변화를 겪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장애인 휠체어 홍보물조차 장애인 당사자가 출연하는 것이 아니라 멋진 몸매를 가진 비장애인이 나왔다. 장애인은 휠체어를 타거나 목발을 짚거나 몸이 부자연스러운 점만 비춰져왔다. 그런 왜곡된 시각 자체가 장애다. 저나 박대운씨나 스타가 됐다는 것은 그러한 시각을 교정해주는 의미도 크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장 의원과 박 씨는 이들의 이름 앞에 붙는 ‘최초’라는 타이틀 외에도 공통점이 많다. 각자 특이한 별명을 갖고 있다는 것. 장 의원은 ‘깡패’라는 별명을 가졌고, 박씨는 ‘불량장애인’이라는 별명을 가졌다.

박 씨는 “장애인 하면 약하고 불쌍하고 착하다는 이미지가 많이 있다. 그런데 친구들이 나를 약한 사람이 아니라 자기들과 동일하단 뜻으로 불량스럽다는 별명을 붙여줬다. 적극적으로 산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어 좋다”고 설명했다.

장 의원은 “여성 인권운동과 장애인인권운동하면서 줄곧 저에게 따라다닌 별명이 깡패였다”면서 “선배들에게서 정계 진출을 권유받았을 때 이유를 물었더니 정치인의 가장 중요한 자질이 깡패 기질이라고 하셨다. 정치권에서도 신념을 위해서 싸울 때 투지를 갖고 싸울 수 있을 거라면서 나를 설득하셨다. 국회에 와서도 야생 기질을 나타낼까봐 주의를 많이 주셨지만 다행히 잘 적응했다”고 말해 희극인실이 웃음바다가 됐다.


그러나 장 의원은 “사람들은 우리를 약한 사람 또는 지나치게 강한 사람으로 본다. 양자가 모두 편견이다. 있는 그대로 봐야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장 의원에게는 별명이 하나 더 있다. 책을 많이 읽어서 ‘만리장서’란다. 그러나 장 의원은 이 별명과 관련해서도 “독서열이 있어서 읽은 것이 아니라 문밖에 나갈 수 없었던 내가 방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독서였다. 신문 쪼가리에서 야한 서적, 위대한 고전에 이르기까지 읽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 장애인의 현실이었다”고 고백했다.

박 씨 또한 학창시절에 얽힌 아픈 기억을 소회했다. 박 씨가 초등학교 입학원서를 제출하러 학교에 갔을 때의 일이다. 학교 측에서는 박 씨가 장애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특수학교로 가라며 입학을 거부했고, 박 씨는 자신의 장애가 학습에 지장이 없음을 입증하고서야 학교에 겨우 다닐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학교에 들어간 박 씨는 체육 교과 성적 때문에 반장이 될 수 없게 되자, ‘죽어도 좋다’는 각서를 쓰고 체육을 했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은 그냥 할 수 있는 것을 항상 어려운 관문을 통과해야지만 할 수 있었다. 다른 분들은 앞으로 나가기 위해 도전하지만, 나는 뒤로 밀리지 않기 위해 도전한다.”

이에 장 의원은 “최근 진정한 교육열이 무엇인가에 대해 강의를 하러 다닌다. 대한민국 교육열이 높다지만, 편견은 교단에도 많다. 자기 자식에게 몸이 불편한 친구를 도울 수 있는 나누는 교육을 시켜야 한다”면서 “장애인과 자기 자식을 같이 교육시킬 수 없다고 주장하는 부모가 아직도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또한 장 의원은 “학교 등에서 장애인을 배려하는 것이 아니라 배재를 하려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특수학교 만들어 너희끼리 공부해라고 말한다. 이런 점은 아직도 우리 사회가 문명은 즐길 수 있어도 진정한 문화나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서는 미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교육에 있어서 장애인이 받는 차별을 따끔하게 지적했다.

그러나 박 씨는 “열심히 사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굉장히 좋은 환경, 신체, 머리를 타고 났어도 노력하지 않으면 추하게 보일 수 있지만, 가난하고 부족하더라도 노력하는 사람의 모습은 아름답다”면서 “앞으로 발전하는 모습, 노력하는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러한 박씨의 말을 들은 뒤 장 의원은 “모든 사람들이 불리하다고 생각한 조건이 나에게는 모두 유리한 조건으로 바뀌었다”면서 “장애로 인해 인간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며, 무학력의 상황이 나에게 더 많은 독서를 하게 했다. 박대운씨가 말했듯이 건강한 사람도 연필하나 드는 것조차 마음이 없으면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장 의원은 “많은 이들이 ‘불편하지 않으세요?’라고 묻지만 바퀴를 달고 다니는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을 수 있겠나? 그러나 저나 박대운 씨는 불편함을 불평하지 않고 살아온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장애인이 그렇게 살고 있다는 것을 이 사회가 알았으면 좋겠다”고 담담하게 말하며 여운을 남겼다.

에이블뉴스, 정창옥 기자 (door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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